‘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자동차’라는 표현을 떠올리면,
대부분은 압도적인 속도나 기록적인 수치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숫자에 조금만 시선을 더 두고 보면,
그 안에는 단순한 성능을 넘어선 사람의 선택과 집요함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한 번 더 시도해볼 수 있는지.
이 글은 그런 질문들이 실제로 어떻게 기록으로 남았는지를 따라가 보려는 이야기입니다.
1️⃣ Thrust SSC (음속을 넘은 자동차)
1997년, 영국 팀이 만든 Thrust SSC는 처음부터 일반적인 자동차로 보기는 어려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차량은 “지상에서 음속을 넘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고,
그 목표에 맞춰 설계부터 완전히 다르게 접근한 사례였습니다.
엔진은 자동차용이 아니라 전투기에 쓰이던 제트엔진 두 개였고,
운전자는 레이서가 아니라 공군 시험비행사 앤디 그린이었습니다.
그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이유도 단순히 운전 실력이 아니라,
초고속 환경에서 기계를 제어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막 위에서의 테스트는 단순한 가속 실험이 아니었습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공기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고,
방향 안정성과 조향 반응은 일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감각의 영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차량은 시속 1,227.985km를 기록하며 자동차 최초로 음속을 돌파했습니다.
앤디 그린은 훗날 이 경험을 두고 “운전이라기보다 비행에 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그 표현을 듣고 나면, 이 차를 자동차라고만 부르기에는 조금 다른 감각이 남습니다.
2️⃣ Bugatti Veyron Super Sport (400km를 넘긴 양산차)
부가티 베이론 슈퍼스포츠는 “양산차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최고속도 기록만 보면 단순히 엔진 출력이 강한 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차량이 어려웠던 이유는 속도를 내는 것보다 그 속도를 감당하게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자주 언급된 것은 타이어였습니다.
시속 400km가 넘는 영역에서는 타이어가 견뎌야 하는 열과 압력, 원심력이 상상을 넘는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엔진이 아무리 강해도 지면과 맞닿는 부분이 버티지 못하면 기록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실제 판매 차량에는 속도 제한 장치가 들어갔고,
기록을 위한 테스트 환경과 일상 주행은 분리해서 다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차를 보고 있으면 빠름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결국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3️⃣ Volvo P1800 (480만 km를 달린 차)
이 기록은 다른 차들과 결이 조금 다릅니다.
Volvo P1800은 극단적인 속도도, 화려한 기술도 아닌,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같은 차를 계속 타면서 만들어낸 기록입니다.
미국의 교사였던 어브 고든은 1966년 이 차를 구입한 뒤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운전했습니다.
특별한 행사용 차량도 아니었고, 박물관에 보관된 차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생활 안에서 계속 쓰였고, 출퇴근과 여행을 함께한 차였습니다.
기록을 만든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정기적인 점검, 이상 징후가 생기면 바로 손보는 습관,
그리고 차를 오래 쓴다는 전제를 놓고 관리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480만 km라는 숫자로 돌아온 셈입니다.
그래서 이 차의 이야기는 자동차 성능을 말할 때보다,
한 사람이 같은 선택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오래 남는 느낌이 있습니다.
4️⃣ Rimac Nevera (뒤로 275km/h를 기록한 차)
리막 네베라가 후진으로 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으면 조금 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록은 전기차 구조가 기존 자동차와 얼마나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내연기관 차량은 기어 구조상 후진 속도 자체가 제한적이지만,
전기차는 모터의 회전 방향만 바꾸면 같은 방식으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리막은 그 특성을 그대로 활용해 후진 상태에서도 고속 주행을 시도했고,
결국 시속 275km라는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모터가 강하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고속 상태에서 차체 안정성과 전자 제어가 모두 따라줘야 했고,
그 과정을 통해 개발진은 전기차 구동 시스템의 제어 능력까지 함께 검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록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였을 장면이
지금은 기술 변화의 방향을 설명하는 사례가 된다는 점이 꽤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5️⃣ Koenigsegg Agera RS (공도에서 만든 최고 속도 기록)
코닉세그 아제라 RS의 기록은 트랙이 아닌 공공도로를 통제해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 기록은 단순히 가장 높은 속도를 찍는 것보다,
현실에 가까운 조건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테스트는 네바다의 직선 도로에서 이뤄졌고,
왕복 평균 속도를 기준으로 기록이 측정되었습니다.
한 방향 최고속만으로는 외부 조건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왕복 평균이라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속도에서는 작은 흔들림도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량은 빠르기만 해서는 안 되었고, 극한 속도에서도 직진 안정성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록은 단순히 자극적인 숫자보다는
“실제로 가능한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질문처럼 남습니다.
6️⃣ Tesla Model S Plaid (가속감으로 기억되는 전기차)
테슬라 모델 S Plaid는 스펙표보다 체감 이야기로 더 많이 회자되는 차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가는 경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숫자를 보기 전에 먼저 몸이 기억하는 차에 가깝습니다.
0에서 100km/h까지 약 2초 수준이라는 수치도 인상적이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더 강하게 말하는 것은 “몸이 시트에 눌리는 느낌”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처럼 변속 과정이 끼어들지 않다 보니
가속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감각이 더 강하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이 모델은 단순히 빠른 전기차라기보다,
전기차가 자동차 성능의 체감 기준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처럼 느껴집니다.
7️⃣ Volkswagen ID.R (절벽 위에서 만든 기록)
폭스바겐 ID.R이 기록을 세운 파익스 피크는
자동차 경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꽤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코스입니다.
가드레일이 거의 없는 절벽 구간, 급격하게 바뀌는 고도,
짧은 직선과 수많은 코너가 이어지는 환경은
차량 성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을 만듭니다.
ID.R은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출력과 정교한 제어 능력을 바탕으로
이 산악 코스에서 기존 기록을 크게 줄였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히 빠르다는 느낌보다도,
전기차가 어떤 무대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지를 훨씬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이 기록은 기술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운전자가 얼마나 정밀하게 차량을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도 남습니다.
8️⃣ BelAZ 75710 (세상에서 가장 큰 자동차)
벨라즈 75710은 자동차라기보다 하나의 이동식 구조물처럼 보입니다.
광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이 덤프트럭은 최대 450톤을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엔진도 두 개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이 차량을 처음 보면 가장 먼저 크기에서 압도당하게 됩니다.
타이어 하나만 봐도 일반 자동차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고,
차체 전체를 보면 “자동차”라는 단어보다 “설비”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먼저 옵니다.
이 차는 속도 기록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얼마나 많이 옮길 수 있는가, 얼마나 무거운 하중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기준에서
자동차 기술의 다른 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9️⃣ Bugatti Chiron Super Sport 300+ (공기와 싸운 기록)
부가티 시론 300+는 300mph*를 넘긴 자동차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의 기록을 보고 있으면,
속도보다도 공기와의 싸움이 먼저 떠오릅니다.
* 300mph는 약 482km/h 정도로,
일반 도로에서 경험하는 속도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 영역에서는 공기가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차를 누르고 흔들고 밀어내는 압력처럼 작용합니다.
운전자는 터널 속을 통과하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고 표현했고,
차량은 그 압력을 견디면서 직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록은 빠른 자동차의 이야기이면서도,
공기역학을 얼마나 집요하게 다듬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는 쪽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 Bloodhound LSR (사막부터 준비한 프로젝트)
블러드하운드 LSR은 단순히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라기보다,
이미 한 번 도달했던 속도 이후를 다시 이어보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1997년 Thrust SSC가 지상에서 처음으로 음속을 넘었을 때,
그 기록은 하나의 기준처럼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그 지점을 지나서도 여전히 더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차량 구조 역시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전투기용 제트엔진이 들어가고, 여기에 로켓 추진 방식까지 결합됩니다.
테스트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하크스킨 판 사막에서는
주행 구간을 만들기 위해 지면을 직접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되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약 1,000km/h 수준의 테스트가 이루어졌고,
프로젝트는 여전히 목표 속도를 향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금 문제로 중단되기도 했고, 다시 재개되기도 하면서
이 도전은 한 대의 자동차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직 완성된 기록이라기보다 진행 중인 도전으로 남아 있지만,
그 과정만 놓고 봐도 이 프로젝트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상징처럼 기억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한 차량들을 보면 단순한 속도 경쟁이나 기록 경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각의 기록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결국은 사람이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모이게 됩니다.
어떤 차는 사막과 공기를 상대했고,
어떤 차는 시간을 견뎌냈고,
어떤 차는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꾸면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록들은 자동차의 역사라기보다,
기술과 집요함이 만났을 때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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